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나이가 들면서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줄어들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해 주는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신경계 질환이다. 가장 큰 특징은 손이 떨리거나 몸이 굳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균형을 잘 잡지 못하게 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근육이나 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을 조절하고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뇌의 회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데에 있다.
이 질환에서는 `중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고, 그로 인해 기저핵(basal ganglia)이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원래 기저핵은 우리가 걸을 때나 손을 쓸 때 별다른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동작이 이어지도록 자동으로 조율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이 자동 조율이 잘되지 않아 모든 동작이 느리고 어색해지게 된다. 그래서 환자는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기도 하고, 몸이 뻣뻣해지며, 걸음을 떼기 어려워지고, 보폭이 점점 줄어들며, 넘어지기 쉬워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며, 표정이 줄어들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등 몸 전체의 움직임과 표현이 전반적으로 둔해진다.
치료로는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하지만, 이 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꾸준한 관리와 재활이 필요하며, 결국 파킨슨병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병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도록 지휘하는 뇌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알기 쉽다.
하지만 파킨슨병을 신경퇴행성 질환의 틀에서만 바라보면 물론 도파민, 기저핵, 진전, 경직, 운동 완만과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현상을 운동역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나는데, 그 풍경의 중심에는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가 더는 어디를 `기준점(base)`으로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기준점의 상실이야말로 우리가 임상에서 보는 모든 특징적인 자세와 보행 패턴을 일관되게 설명해주는 열쇠가 된다.
정상적인 사람의 보행과 자세 조절을 관찰해보면 신경계는 언제나 일정한 순서를 따른다. 먼저 몸이 서 있는 기저면을 감지하고, 그 기저면 위에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며, 그다음에 사지가 그 변화에 따라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구조로 돼 있다. 다시 말하면 사지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먼저 이동하고 사지는 그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 정상적인 운동 생성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Parkinson) 양상을 보이는 사람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면 이 순서가 거꾸로 돼 있다. 사지를 먼저 움직이려는 시도가 일어나지만, 그 사지를 지지해 줄 중심의 이동이 뒤따르지 못하므로 신경계는 넘어질 위험을 감지하게 되며, 결국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몸을 굳혀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나타나는 작은 보폭의 보행, 팔을 거의 흔들지 않는 모습, 몸통이 하나의 블록처럼 돌아가는 엔블록 턴닝(en bloc turning), 동작을 시작하지 못하고 멈춰 서 있는 프리징(freezing) 현상, 그리고 앞으로 굽은 자세는 서로 다른 증상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공통된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그 공통된 원인이란 바로 골반과 천골, 즉 천장관절(Sacro-iliac joint) 복합체가 더는 신경계에게 운동기준점(base of stance)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태라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보행에서는 골반이 가장 먼저 미세하게 좌우로 무게를 이동시키고, 그 무게 이동 위에서 고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 결과로 다리가 전진하게 된다. 하지만 파킨슨 패턴에서는 이 골반의 선행적 체중 이동(weight shift)이 사라지고, 다리를 먼저 내딛으려는 시도가 이뤄지지만, 골반이 그것을 받아주지 못하므로, 신경계는 아주 작은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허용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보는 질질 끌면서 걷는 걸음걸이(shuffling gait)의 본질이며, 이것은 근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골반 체중 이동(pelvic weight shift)이 불가능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팔을 거의 흔들지 못하는 모습 역시 상지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과 몸통의 회전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상적인 팔 흔들림은 골반의 회전과 몸통의 회전이 만들어 내는 관성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며, 골반이 더 회전의 중심으로 기능하지 못하면 몸통 회전 자체가 신경계에 위험한 동작으로 인식되므로, 팔을 고정시켜 몸통을 안정화하려는 전략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보상 패턴이 나타나는데, 골반을 기준점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신경계는 새로운 기준점을 찾아야만 하므로 상대적으로 감각 정보가 풍부하고 위치를 인지하기 쉬운 머리와 목, 즉 경추 상부를 기준점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생기며 그 결과로 승모근, SCM, 후경부 근육의 과긴장이 나타나고 시선이 고정되며, 몸 전체가 머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려는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임상에서 보는 특유의 굽은 자세와 상지 고정, 몸통 회전 소실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프리징 현상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가 아니라 신경계가 현재 자신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계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면 넘어질 것이라는 위협을 감지하고 아예 동작을 중단해 버리는 보호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때 환자는 근력이 부족해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움직일 수 없어서 멈춰 있는 것이다.
결국 파킨슨병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운동학적 특징은 기저핵의 문제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며 오히려 천장관절 기능, 천골(sacrum), 경막 긴장(dural tension), 내이(inner ear)에 존재하는 평형기관의 감각정보 입력(vestibular input), 횡격막 움직임(diaphragm)의 상호작용이 무너지면서 골반이 운동기준점 기능을 못 하는 상태로 이해할 때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되는데, 이때 신경계는 생존을 위해 머리와 목을 기준점으로 몸을 굳히는 전략을 택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파킨슨 자세와 보행(Parkinson posture&gait)`의 실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재활이나 운동 접근에서 단순히 보폭을 늘리거나 팔을 흔들게 하거나 허리를 펴게 하는 시도는 신경계 입장에서는 더욱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오히려 골반과 천골이 다시 운동기준점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접근이 이뤄질 때, 보폭은 의도하지 않아도 커지고, 팔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흔들리며 회전 동작은 부드러워지고, 프리징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은 근력을 키운 결과가 아니라 신경계가 다시 기준점을 되찾은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이같이 파킨슨병을 운동역학적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움직임을 만들지 못하는 질환이 아니라 신경계가 어디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할지 잃어버린 상태, 다시 말해 기준점 상실 증후군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기준점이 바로 골반과 천장관절 복합체라는 사실이 임상에서 관찰되는 모든 현상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골반을 다시 운동기준점으로 신경계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자세 훈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근육을 강화하거나 관절 가동성을 늘리는 접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경계가 어떤 구조를 `움직임의 기준점`으로 채택하느냐에 대한 재교육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따라서 이 과정의 출발점은 골반을 더 잘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골반을 신경계가 신뢰할 수 있는 고정된 구조로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치료하다 보면 신경계를 재교육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골반의 기능에서 체중부하와 동적 평형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핵심으로 작용하는 인대 시스템을 재건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척추와 골반의 뼈와 관절 형태도 영향을 줄 수가 있고 관절 기능과 형태는 지속적으로 자극에 대한 피드백으로 형태가 재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 한다.
인대는 전후 천장관절 인대(sacroiliac ligament), 천골결절 인대(sacrotuberous ligament), 천극 인대(sacrospinous ligament), 장골요추 인대(iliolumbar ligament), 요천추 인대(lumbosacral ligament) 등이 있는데 골반의 체중 부하 상태와 현재 질병의 경중에 따라 기능과 긴장도가 달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변의 근육이나 근막의 긴장도를 해결해 가면서 천장관절의 기능을 돌려줘야만 한다.
이러한 치료로서 SOT(Sacro-Occipital Technique)가 있으며 특히 인대 강화 주사 요법을 많이 사용할 수도 있다. 요즘은 인대 강화뿐만 아니라 관절 기능 재형성과 회복력 강화를 위해 `활성화 자가혈청 주사 요법(activated platelet rich plasma, platelet rich fibrin)`이라는 주사 요법도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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